Cuddle-Korean
기독교 관련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서방세계에서 기독교를 제외한 모든 토착종교가 전멸한 이유

기독교는 어떻게 기존의 토착 종교를 모조리 몰아내고 서구 유럽 사회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되었을까요?

서방세계에서 기독교를 제외한 모든 토착종교가 전멸한 이유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현대적 계승자라는 매킨타이어라는 철학자는 '덕의 상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 세계에서는 자선, 회개 등을 지칭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놀랍게도 고대 그리스의 체계에서 누군가에게 베풂이란 매킨타이어 이전 기원전 그리스의 헤시도오스의 견해처럼 호혜적인, 즉,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에서만 성립되는 단어였습니다.

그러면 그리스 신전들은 종교적 자선을 안 했을까요?

개리 앤더슨은 저서 '죄의 역사'에서 황제 율리아누스의 일화를 바탕으로 고대 그리스의 종교 체계를 이야기하였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기독교 사제들을 좀 본 받아라. 그리스 잡신 섬기는 개.새끼들아. 걔넨 그냥 베풀어서 우리의 부끄러움을 일깨우고 있지 않느냐. 내가 사비를 털테니 그리스 사제 놈들도 제발 빈민 구제를 좀 하란 말이다."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사실 그리스 종교 집단은 어디까지나 제의를 위한 집단이지 빈민 구호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애초에 그리스 신화 자체가 비윤리적인 행위로 인한 신의 징벌보단 신들을 모독하거나, 금기를 어긴 인간들을 조지는 이야기가 대부분인 걸 생각하면, 당시 사람들에겐 빈민 구호가 종교적 개념에 포함되는 것은 생소한 개념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신앙의 힘이 점점 약화되던 시기라, 기존의 신전들은 제 코가 석자라서 먹고 살기 힘들기도 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독교 사제들을 좀 본받아 빈민 구제에 힘쓰라는 황제의 호소는 가볍게 씹혔습니다.

이를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마의 사례를 이해함이 더 옳은데

위트레흐트 대학의 신학 교수님인 Pieter van der Horst은 자신의 글인

How the poor became blessed에서 밝히길

로마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공공 기부는 어디까지나 호혜적인 관계, 즉, 자신을 지지하라는 정치가들의 무언의 압박에 가까웠다고 밝힙니다.

요컨대 그렇게 길도 깔아주고, 건물도 짓고, 빵도 뿌렸는데 표를 안 찍어 주었다?

어느 날 티베레 강 한가운데서 불어 터진 시체로 발견돼도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입니다.

이런 정치적 호혜적 자선의 관계에서, 기독교는 어떠한 반대급부도 없는 베풂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사회에 들여옵니다.

그리고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여 나머지 타 종교들을 전멸시키는 상황에 이릅니다.